안녕하세요. 경희사슴한의원입니다.
요 며칠 사이에 아침 공기가 부쩍 차가워졌습니다. 이맘때면 아침에 무릎이나 손가락 마디가 뻣뻣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데요, 마침 오늘 이야기와도 관련 있는 부분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오늘도 환자분들의 질문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난 글 첫머리에 적었던 질문 세 개를 기억하시나요?
"목이 뻐근한데 그냥 근육이 뭉친 걸까요?"
"무릎이 아픈데 관절에 염증이 생긴 건가요?"
"가만히 있을 때 저린데, 이건 왜 그런가요?"
첫 번째 질문은 지난 글에서 근육과 힘줄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남은 두 질문인 '관절'과 '신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지막 글에서 이런 부분들의 진료에 대한 설명을 드리면서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예전에 블로그에 "통증의 종류"라는 짧은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뻐근하고 묵직하면 근육, 시큰하고 예리하면 관절, 찌릿하고 저리면 신경이라고 대강 나눠서 말씀드렸죠. 그때도 항상 그렇지는 않다고 덧붙였는데, 오늘은 그 '대강'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무릎이 아프신 분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건 연골이 닳아서 아픈 거죠?"
그런데 의외로, 정상적인 관절연골에는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이 거의 없습니다. 연골이 닳았다고 해서 연골 자체가 직접 아픈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다만 골관절염이 오래 진행된 관절에서는 연골과 그 아래 뼈가 만나는 경계 쪽으로 신경과 혈관이 새로 자라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이건 빼고 말씀드릴게요.)
그러면 무릎이 아플 때 실제로 아픈 곳은 어디일까요?
그 전에 알아두시면 좋은 것이, 관절은 연골 하나로만 이루어진 곳이 아닙니다.
관절낭(關節囊) : 관절 전체를 감싸는 주머니입니다.
활막(滑膜) : 관절낭의 안쪽을 덮고 있는 얇은 막입니다. '미끄러울 활(滑)'이라는 글자 그대로 일종의 윤활유를 만들어 부드러운 움직임을 돕습니다.
인대 : 뼈와 뼈를 이어 관절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 줍니다.
연골 아래 뼈 : 연골 바로 밑에서 체중을 받치는 뼈입니다.
주변의 힘줄과 점액낭 : 바깥쪽에서 움직임을 만들고 마찰을 줄입니다.
연골 이외의 이런 조직들에는 신경이 분포해 있어서, 무리한 부하나 염증 반응이 생기면 통증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예전 "무릎 통증" 글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을 나이를 먹으면서 생기는 병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요즘은 골관절염(Osteoarthritis)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데요, 이 병 또한 단순히 연골이 닳아서 끝나는 병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연골 손상과 더불어 연골 아래 뼈, 활막, 인대 등의 구조 전체가 변하면서 통증과 뻣뻣함이 생기는 질환에 가깝습니다.
관절에 걸리는 부하, 활막의 염증 반응, 연골 아래 뼈의 변화, 그리고 신경계가 통증을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이는지까지 함께 영향을 줍니다. X-ray에서 뼈와 뼈 사이가 좁아진 정도와 실제로 아픈 정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 경희사슴한의원에서 무릎이나 어깨 등의 통증을 볼 때에는 함께 가져오신 영상 소견과 함께 이런 점들을 여쭤보고 확인합니다.
체중을 실을 때 또는 가만히 있을 때 언제 더 아픈지,
스스로 움직일 때와 제가 대신 움직여 드릴 때 통증이 어떻게 다른지,
붓기나 열감이 있는지,
아침에 뻣뻣하다면 얼마나 오래 가는지,
특정 각도에서 걸리거나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서 아픈지,
관절 깊은 곳과 손가락으로 짚을 수 있는 자리 중 어디가 더 아픈지
예전 오십견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어깨를 움직이는 힘줄 또는 근육(회전근개)이 문제라면 스스로 팔을 들어올릴 때는 아파도 제가 대신 들어올려 드리면 비교적 덜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오십견은 관절과 관절낭 자체가 굳은 거라서 남이 움직여도 일정 이상 움직이지 않고 딱 막히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같은 "팔이 안 올라가요"라도 원인이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아침에 뻣뻣하고 움직이다 보면 괜찮아진다는 것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골관절염은 아침에 뻣뻣하더라도 보통 30분 이내에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여러 곳이 붓고 아프면서 아침 뻣뻣함이 30분 넘게 이어진다면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염증성 관절염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미루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길게 말씀드렸지만, 한마디로 말해 연골이 닳았다는 것은 무릎 상태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말입니다. 연골 변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얼마나 닳았는지와 함께 지금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불편한지를 알아야 치료 및 관리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음 질문을 살펴보죠.
"가만히 있을 때 저린데, 이건 왜 그런가요?"
팔이나 다리가 저리면 많은 분들이 목이나 허리 디스크부터 떠올리십니다. 그런데 신경은 목이나 허리에서 나와 손끝, 발끝까지 내려가는 아주 긴 길입니다. 그래서 저림이 있을 때는 먼저 이 길의 어디쯤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살펴야 합니다.
목이나 허리에서 신경이 처음 갈라져 나오는 신경근(신경뿌리)
손목, 팔꿈치, 무릎 바깥쪽처럼 좁은 통로를 지나는 곳
여러 말초신경이 한꺼번에 영향을 받는 다발신경병증
세 번째는 조금 낯선 말일 텐데요, 양손 양발 끝에 장갑이나 양말을 낀 모양으로 저린 경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때는 목이나 허리만 볼 것이 아니라 당뇨, 갑상선, 비타민 B12, 음주처럼 몸 전체의 원인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좁은 통로에서 신경이 붙잡히는 '포착'에 대해서는 신경계 시리즈에서 좌골신경, 액와신경, 요골신경을 하나씩 자세히 다룬 적이 있으니 함께 참고해주세요.
어디서 생긴 문제인지와 함께 봐야 하는 것이 "얼마나"입니다. 통증이 팔이나 다리로 뻗치는 것과 기능이 실제로 떨어지는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전화 통화 중에 잡음이 심한 것과 아예 통화가 끊기는 것의 차이입니다.
잡음이 심한 쪽은 찌릿하게 뻗치고 불편하지만 감각이나 힘은 유지되는 경우입니다. 신경근에서 시작된 통증이라도 근력은 멀쩡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에 비해 통화가 끊기는 쪽은 감각이 둔해지거나, 힘이 빠지거나, 반사가 달라지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신경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더 주의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검사도 각각 보는 것이 다릅니다. 신경전도검사는 말초신경이 신호를 잘 전달하는지를, 근전도는 근육으로 가는 신경지배가 달라졌는지를, MRI는 디스크나 협착, 척수 압박 같은 구조를 봅니다. 그래서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는 증상과 진찰 소견, 증상이 이어진 기간을 보고 정합니다.
저린 지 얼마 안 됐거나 병변의 위치에 따라서는 검사에서 이상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MRI에서 보이는 디스크가 지금의 증상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검사 결과는 증상, 진찰과 함께 놓고 볼 때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예전 "침 맞고 뻐근한 느낌" 글에서, 잠을 잘 못 잤거나 피로가 쌓인 날에는 유독 침이 더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건 기분 탓이 아니라 이유가 있습니다.
몸에서 올라온 통증 신호는 신경을 따라 그대로 뇌까지 전달되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뇌와 뇌간에서 척수 쪽으로 내려오는 조절 장치가 있어서 들어오는 신호를 줄이기도 하고 더 크게 만들기도 합니다. 일종의 볼륨 조절 장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아프면 이 볼륨이 높게 맞춰진 상태가 되어, 같은 자극도 전보다 더 아프게 느낄 수 있습니다. 잠이 부족하거나 긴장한 상태가 오래 이어질 때 통증이 달라지는 것에도 이런 조절 과정이 관여합니다.
그렇다고 통증이 마음의 문제라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의 실질적인 이상과 함께 신경계가 통증을 조절하는 데 영향을 주는 조건들도 같이 살펴보자는 것이죠.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움직임을 되찾는 데 운동은 큰 도움이 되지만, 지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기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운동한 당일뿐 아니라 다음 날 붓기나 통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면서 양과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은 관절과 신경, 그리고 통증을 키우거나 줄이는 조건까지 살펴봤습니다.
글 첫머리에서 요즘 아침마다 무릎이나 손가락 마디가 뻣뻣하다는 분들이 늘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뻣뻣함이 30분 안에 풀리는지, 아니면 여러 마디가 함께 붓고 오래 가는지만 살펴보셔도 오늘 이야기가 조금 더 와닿으실 것 같습니다.
확인하기 어려운 통증이 있으시면 저희 경희사슴한의원에 내원해보세요.
다만 아래와 같은 경우는 다음 글을 기다리지 마시고 바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갑자기 한쪽 얼굴이 처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진다면 119
허리·다리 통증과 함께 대소변 조절이 달라지거나 항문 주변 감각이 둔해졌다면 응급실
한 관절이 갑자기 붓고 뜨거워지거나, 걸음이 휘청이고 단추 잠그기·젓가락질이 서툴러졌다면 빠른 진료
다음 글에서는 진료 전에 무엇을 정리해 오시면 좋은지, 어떤 증상은 서둘러야 하는지, 그리고 이런 통증을 실제로 어떻게 진료하는지 말씀드리면서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저희 경희사슴한의원은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밤 9시까지 야간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8시까지만 오시면 진료 가능하시니 참고하시고, 나머지 진료시간 및 휴일 안내는 네이버 지도를 참고해주세요.
항상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바로 이어서,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