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사슴한의원입니다.
지난 글은 원래 관절과 신경에 이어 진료 이야기까지 한 번에 마무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까 생각보다 글이 꽤 길어져서 진료에 대한 부분은 이번 글로 넘겼죠.
덕분에 오늘은 조금 더 여유 있게, 지난 글 끝에서 짧게만 적었던 내용들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진료 전에 무엇을 정리해 오시면 좋은지
어떤 증상은 기다리지 말고 서둘러야 하는지
진료실에서 이런 통증을 실제로 어떻게 살펴보는지
이 세 가지를 설명드리며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처음 진료실에 들어오시면 제가 가장 먼저 여쭤보는 말이 있습니다.
"어디가 제일 불편하세요?"
그 다음부터는 질문이 조금 길어집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어떨 때 더 아픈지, 저리거나 힘이 빠지지는 않는지...
처음 오신 분들은 '아픈 데만 봐주면 되는데 뭘 이렇게 많이 물어보지?'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1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같은 곳이 아파도 원인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질문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진료 전에 아래의 다섯 가지를 한 번 떠올려 보고 오신다면, 같은 시간을 훨씬 알차게 쓸 수 있습니다.
(1) 언제 시작됐는지
다친 뒤인지, 운동을 하거나 일이 늘어난 뒤인지, 특별한 계기 없이 서서히 그랬는지 생각해주세요.
1편에서 힘줄은 운동량이나 강도를 갑자기 늘렸거나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을 때 탈이 나기 쉽다고 말씀드렸죠? "지난주부터 등산을 다시 시작했어요." 같은 한마디가 원인을 찾는 데 큰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2) 무엇을 할 때 아픈지
걷기, 계단 오르거나 내려가기, 앉았다 일어나기, 고개 돌리기, 팔 들기처럼 어떤 동작에서 아픈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도 계속 아픈지 떠올려 보세요.
2편에서 관절 통증을 볼 때 체중을 실을 경우와 가만히 있을 경우 중 언제 더 아픈지 여쭤본다고 말씀드렸는데,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3) 감각이나 힘이 달라졌는지
저림, 감각이 둔해짐, 물건을 자꾸 놓침, 발이 자꾸 걸려 넘어질 것 같음 등의 변화가 있는지 봐 주세요.
2편의 비유를 가져오자면 '통화 잡음'인지 '통화 끊김'인지를 가르는 부분입니다. 찌릿하게 뻗치기만 하는 것과 실제로 감각이나 힘이 떨어진 것은 다르게 봐야 하거든요.
(4) 함께 나타나는 증상이 있는지
붓기, 열감, 발열, 잠을 깰 정도로 밤에 아픈지 알려 주세요.
밤에 아파서 깨는 것은 꼭 말씀해 주세요. 다만 그것만으로 무조건 어떤 병이라고 정할 수는 없습니다. 함께 나타나는 증상과 경과를 같이 놓고 봐야 합니다.
(5) 이전에 받은 검사와 그 뒤의 경과
검사 결과뿐 아니라 그 뒤로 통증과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함께 알려 주세요.
1편과 2편에서 영상에 보이는 변화와 실제 아픈 정도가 늘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드렸습니다. 그래서 결과지와 함께 '그 뒤에 어땠는지'가 있어야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2편에서 아침에 뻣뻣한 것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도 살펴볼 단서 중 하나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런 것은 기억에만 기대기보다 그때그때 적어 두시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지나고 나서 떠올리면 실제보다 조금 더 아팠던 것으로 기억되기도 하거든요.
며칠만 '일어나서 대략 몇 분쯤 지나면 풀린다' 정도로 적어 오세요.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침뿐 아니라 낮이나 저녁에 뻣뻣해지는 때가 있으면 그것도 같이 적어 주시고요.
"계단을 올라가는 것은 괜찮은데 내려가고 나면 무릎 앞쪽이 시큰해요."
"새벽에 손이 저려서 깨는데 손을 털면 좀 나아져요."
"2주 전에 이사하고 나서부터 허리가 좀 그래요."
이렇게 '언제, 무엇을 할 때, 어디가, 어떻게'가 들어가면 위의 다섯 가지가 한 번에 전달됩니다.
가족분과 함께 오신다면 가족분께서 곁에서 보신 변화도 말씀해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아파 보여요"보다는 "계단 내려가면서 손잡이를 잡기 시작했어요", "젓가락질이 느려졌어요", "밤에 두세 번씩 깨요"처럼요. 본인이 느끼는 것과 옆에서 보는 것이 다를 수 있어서, 두 가지를 같이 들으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한편, 이렇게 정리해 오시느라 기다리시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글 끝에서 짧게 적었던 내용을, 급한 정도에 따라 조금 더 자세히 나눠서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가장 급한 '바로 119에 연락하셔야 하는 경우'를 봅시다.
갑자기 한쪽 얼굴이 처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저리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남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워지거나,
갑자기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거나,
한쪽 손이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면
이는 뇌졸중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이런 신호를 '이웃·손·발·시선'으로 기억하자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웃 : "이~"하고 웃지 못한다.
손 : 두 손을 앞으로 뻗지 못하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더 없다.
발 : 발음이 어눌하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
시선 : 시선이 한쪽으로 쏠린다.
뇌졸중은 시간이 중요합니다. 학회에 따르면 증상이 생긴 뒤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는 아직 30%가 채 안 된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좀 쉬면 괜찮아지겠지'하고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더라도 119에 연락하셔야 합니다. 특히 갑자기 생긴 한쪽 저림을 목이나 어깨가 뭉친 탓이라고 넘기지 마세요.
이번에는 다음으로 급한 '바로 응급실에서 확인하셔야 하는 경우'를 살펴볼까요? 만약 어떤 사람이 허리나 다리 통증과 함께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대소변 조절이 달라졌거나,
항문 주변이나 엉덩이 사이(회음부)의 감각이 둔해졌거나
양쪽 다리에 함께 힘이 빠진다면
이는 2편에서 말씀드린 '통화 끊김' 중에서도 가장 서둘러야 하는 경우라서 시간이 중요합니다.
허리 아래쪽에서 말꼬리처럼 갈라져 내려가는 신경 다발을 마미(馬尾)라고 부르는데요, 위 증상들은 신경 다발이 심하게 눌릴 때 나타나는 신호입니다. 마미증후군이 발생한 것 같다면 빨리 응급실에 가셔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넘어지거나 크게 부딪힌 뒤 체중을 싣지 못하거나, 모양이 변했거나, 심하게 붓는다면 이것도 바로 응급실에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한 관절이 갑자기 심하게 붓고 뜨거워지면서 움직이기 어렵다면, 오늘 안에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2편에서 관절이 붓고 열감이 있는지 여쭤본다고 말씀드렸죠? 특히 한 관절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변했다면, 다른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감염을 먼저 의심하고 확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열이 없어도 마찬가지이고, 열이나 오한까지 있다면 더 미루지 마세요.
감염인지 통풍 같은 다른 원인인지 가리려면 추가로 관절액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병원에서 검사 받아 보세요.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거나 심해진다면,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걸음이 불안해지거나, 단추 잠그기·글씨 쓰기·젓가락질이 점점 서툴러진다면,
손이나 발의 작은 관절 여러 곳이 붓고 아침 뻣뻣함이 오래 간다면,
예전에 암 치료를 받으신 적이 있는데 새로 통증이 생겼거나, 통증과 함께 열이 나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줄었다면,
이런 경우에는 미루지 말고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서서히 걸음이 불안해지거나 손동작이 서툴러지는 것은 목에서 척수가 눌리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갑자기 생겼다면 위에서 본 119에 해당하고요.
작은 관절 여러 곳이 붓는다면 2편에서 나왔던 것처럼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미루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암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은 통증을 볼 때 꼭 함께 알려주셔야 하는 정보이고요.
이런 경우에는 한의원에서 치료 받기에 앞서 응급 평가와 병원 검사가 먼저입니다. 한의원에 오셨더라도 이런 신호가 보이면 병원에서 검사를 먼저 받으시도록 권유 드립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우시면 119에 전화해 상담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이런 통증을 진료실에서 어떻게 살펴보는지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환자분의 말씀을 그대로 듣습니다.
예전에 "통증이 줄었는데 왜 다시 보자고 할까요" 글에서 지금 가장 불편해서 오신 증상을 주소(主訴)라고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진료는 이 주소를 정확히 듣는 데서 시작합니다. 위에서 확인한 다섯 가지를 정리해 오시면 바로 이 단계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그다음에는 직접 확인합니다.
아픈 곳을 눌러 보고, 스스로 움직여 보시게 한 뒤 제가 움직여 보기도 하고, 필요하면 감각과 힘, 반사도 봅니다.
예를 들어 팔이 잘 안 올라가는 케이스를 떠올려 봅시다. 스스로 들 때는 아파도 제가 대신 들어 드리면 비교적 덜 아프다면 근육이나 힘줄 쪽을, 남이 움직여도 일정 이상에서 딱 막힌다면 관절과 관절낭 쪽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확인해 보면 근육·힘줄 쪽인지, 관절 쪽인지, 신경 쪽인지, 그리고 각각이 얼마나 관여하는지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예전 "마사지해도 반복되는 목어깨 통증" 글에서 고개를 어느 쪽으로 돌릴 때 아픈지, 견갑골 주변을 어느 방향으로 눌렀을 때 아픈지에 따라 어느 근육 쪽 문제인지 짐작해 봤던 것도 바로 이 과정입니다.
통증이 오래됐거나 범위가 넓다면 2편에서 말씀드린 '볼륨 조절 장치' 쪽도 함께 봅니다. 잠은 잘 주무시는지, 피로가 쌓여 있지는 않은지, 아플까 봐 움직임을 피하고 계시지는 않은지요. 같은 자극도 볼륨이 높게 맞춰진 상태에서는 더 아프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가져오신 X-ray나 MRI가 있다면 영상만 보지 않고, 지금의 증상과 진찰 소견에 맞는지 맞춰 봅니다. 영상에 보이는 변화가 지금의 불편함을 다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고, 반대로 영상에서 큰 이상이 없어도 실제로 아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찰에서 감각이나 힘이 떨어진 소견이 보이거나 경과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면, 병원 검사를 먼저 권해 드리기도 합니다.
여기에 한의학적인 관점이 더해집니다.
한의학에서는 변증(辨證)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어디가 아픈가'에 더해 아픈 곳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붓고 무거운지, 오래돼서 기운이 떨어져 있는지, 잠과 스트레스는 어떤지까지 함께 묶어서 치료 방향을 세우는 과정이죠. 한마디로 아픈 곳과 함께 몸 전체의 상태를 같이 정리하는 거예요.
다만 변증은 검사나 신경학적 진찰을 대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확인을 먼저 하고, 그 위에서 치료 방향을 고르는 틀입니다.
아픈 부위에서는 경근(經筋)을 살핍니다. 경근은 경락을 따라 이어지는 근육과 힘줄 계통을 말하는데요, 이 길을 따라 당기고 뭉치는 증상을 적고, '아픈 곳을 혈로 삼는다(以痛爲輸)'고 했습니다.
그래서 눌렀을 때 유난히 아프거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리도 찾는데, 이런 자리를 아시혈(阿是穴)이라고 부릅니다. 이 아시혈은 정해진 자리가 아니라 지금 내 몸이 반응하는 자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치료 방향을 정합니다. 같은 무릎 통증이라도 사람마다 원인과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순서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지금 상태에 맞게 고르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치료와 함께 자세와 활동량, 생활 속 부담도 같이 살펴 드립니다.
치료 뒤에는 반응을 봅니다. 치료 반응 또한 사람마다 상태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한 번에 결론을 내리지 않고 몇 번의 반응을 보면서 방향을 맞춰 가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몸이 좋아지는 데 있어서 한의사와 환자분은 한 팀이니까요.
지금까지 세 편에 걸쳐 긴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1편 첫머리에 적었던 질문 세 개로 돌아가 볼까요?
"목이 뻐근한데 그냥 근육이 뭉친 걸까요?"
근육이 뭉친 경우가 많지만, 팔이 저리거나 힘이 빠진다면 목에서 내려오는 신경도 함께 봐야 합니다.
"무릎이 아픈데 관절에 염증이 생긴 건가요?"
연골만 볼 것이 아니라 관절을 이루는 여러 조직과 함께, 붓기와 열감, 아침 뻣뻣함이 얼마나 가는지를 봐야 합니다.
"가만히 있을 때 저린데, 이건 왜 그런가요?"
신경이 지나가는 긴 길의 어디쯤에서, 얼마나 문제가 생겼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제목에 답을 드리자면, 아픈 느낌은 질병을 진단할 때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구별하기는 어렵습니다. 언제 시작됐는지, 어떻게 움직일 때 아픈지, 감각과 힘이 달라졌는지를 더하면 지금 내 몸의 상태가 더 잘 보입니다.
그리고 그 단서를 가장 잘 알고 계신 분은 결국 매일 그 몸으로 생활하시는 환자분 자신입니다. 오늘 말씀드린 다섯 가지를 떠올려 보시는 것만으로도 진료가 한결 정확해질 수 있습니다.
불편함이 반복되거나 수면과 일상을 방해한다면 혼자 원인을 정해두기보다 근처 한의원이나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저희 경희사슴한의원은 월요일과 금요일 주 2회, 밤 9시까지 야간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오후 8시까지만 접수를 마치시면 진료 가능하시니 참고하시고, 나머지 진료시간 및 휴일 안내는 네이버 지도를 참고해주세요.
항상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세 편의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