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사슴한의원입니다.
10월도 마지막으로 접어드는 요새 들어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지면서, 자고 일어나니 목이 뻣뻣하게 굳었다는 분, 등에 담이 들어서 숨쉬기 어려웠다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신지 여쭤보면 이런 대답이 많이 돌아옵니다.
"어제부터 담이 걸린 것 같아요."
"허리가 놀랐나 봐요."
"어깨가 돌처럼 뭉쳤어요."
"자다가 종아리에 쥐가 났는데 아직도 뻐근해요."
표현은 다르고 어디에서 따로 배우지는 않은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무슨 말씀인지 바로 알아듣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말들은 모두 근육의 불편감과 관련된 표현들이면서도, 아픈 모양과 시작된 상황이 조금씩 다릅니다.
오늘은 근육이 아플 때 흔히 쓰는 표현들이 사전에는 어떻게 풀이되어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는 어떤 통증이고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담 결렸다"부터 보겠습니다.
여기서 '담'은 한자로 '가래 담(痰)'자를 씁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담'의 첫 번째 뜻은 가래이고, 두 번째 뜻이 한의학 용어로 "몸의 분비액이 열을 받아서 생기는 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가마솥에서 오랫동안 졸여서 물이 줄어든 사골국물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우실 테죠.
그리고 그 아래에 '담이 결리다'라는 관용구가 따로 실려 있습니다. "담병이 들어 몸의 어떤 부분이 뜨끔뜨끔 아프거나 뻐근한 느낌이 들다." 한마디로 한의학의 병 이름이 생활 속으로 들어와 통증을 부르는 말이 된 셈이죠.
('담이 걸리다' 또한 표준어로 인정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이 담이 들었다, 담걸렸다, 담결렸다 모두 똑같이 듣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담이 허리에 몰려 생기는 요통을 '담음요통(痰飮腰痛)'이라 부르는데, 허리와 등골이 뻐근하고 무겁거나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쑤시는 증상으로 설명합니다. 환자분들이 "담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표현하시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다만 담이 결렸다는 느낌이 근육에서 오는지, 갈비뼈 사이나 관절, 혹은 신경에서 오는지는 진찰로 따로 확인합니다.
'결리다'라는 말 자체도 사전에 "숨을 크게 쉬거나 몸을 움직일 때에, 몸의 어떤 부분이 뜨끔뜨끔 아프거나 뻐근한 느낌이 들다"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움직이거나 숨을 쉴 때 통증이 생긴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진료할 때는 목 옆이나 날개뼈 안쪽, 옆구리처럼 몸통 쪽이 갑자기 결리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허리가 놀랐다"는 어떨까요?
'놀라다'의 네 번째 뜻이 "신체 부위를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여, 평소와 다르게 심한 반응을 보이다"입니다. 사전 예문은 "오랜만에 고기를 실컷 먹었더니 창자가 놀랐는지 배가 아프다"예요. 허리가 놀랐다는 말도 같은 뜻으로 쓰는 셈입니다.
(참고로 '놀란 피'라는 관용구도 있는데, 심하게 다쳐서 멍이 든 곳에 고인 검게 변한 피를 말합니다. '죽은 피'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몸을 비틀다가 허리가 놀랐다면, 근육이나 힘줄이 순간적으로 늘어나 다쳤거나, 다친 곳을 보호하려고 주변이 한꺼번에 굳어 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삐끗했다"도 비슷한 상황에서 씁니다. 사전에는 "팔이나 다리 따위가 접질리어 어긋 물리다"로 나오고 "허리를 삐끗하다"라는 예문도 있습니다.
(같은 삐끗이라도 근육과 힘줄이 다친 좌상(挫傷, strain; =긴장)인지, 뼈와 뼈를 잇는 인대가 다친 염좌(捻挫, sprain)인지에 따라 회복 과정과 예후가 달라서, 이 부분은 진찰을 통해 구분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생긴 허리 통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누워서 쉬기보다, 통증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일상 활동을 조심히 계속 하시도록 권합니다. 잠을 잘못 자서 목 근육이 놀랐을 때도 부드럽게 계속 움직여 주시는 것이 대개 회복에 더 좋습니다.
여기에 처음 며칠의 불편을 줄여 드리는 한의학적 치료를 더하면 그 과정을 훨씬 수월하게 넘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딘가 갑자기 불편해지셨다면 시간이 너무 흐르기 전에 진료를 받아 보시길 권하는 것이죠.
이번에는 "근육이 뭉쳤다"는 표현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재미있게도 사전에서 '뭉치다'를 찾아보면 "한데 합쳐서 한 덩어리가 되다"라는 뜻이 나오고, 근육에 대한 뜻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실제 사전에 나오는 뜻과는 관계 없이 입에 먼저 붙은 말인 셈이죠.
대신 '뻐근하다'는 "근육이 몹시 피로하여 몸을 움직이기가 매우 거북스럽고 살이 뻐개지는 듯하다"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목 뒤가 뻣뻣하고 아파 돌리기 힘든 증상을 항강(項強)이라고 하죠. 예전 '뻐근한 근육의 통증' 글에서 말씀드렸던 바로 그 상태입니다.
(참고로 근육이나 힘줄이 팽팽하게 당기는 느낌은 '땅긴다'가 맞는 표기입니다. 흔히 쓰는 '땡긴다'라는 표현은 사투리인 것 같고요. 의외로 '당기다'는 단어에는 근육 관련한 뜻이 없더라고요. 차트 쓸 때 참고하기로 했습니다.)
뭉쳤다고 느끼는 곳을 눌러 보면 유독 단단하고 아픈 지점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이런 지점을 통증 유발점(Trigger point, TrP)이라고 부르는데요, 연구를 보면 손으로 유발점을 찾는 방법은 검사하는 사람마다 결과가 꽤 달라서, 단단함 하나로 원인을 정하기보다는 다른 진찰과 함께 판단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때의 단단한 느낌은 "지금 그 부위에 부담이 쌓여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단단한 곳을 풀어 주면서, 왜 그곳에 부담이 계속 쌓였는지 자세와 사용 습관을 같이 살핍니다.
참고로 만성적인 목 통증에는 스트레칭에 목과 어깨, 날개뼈 주변을 함께 쓰는 근력·지구력 운동을 곁들였을 때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스트레칭만 단독으로 하시기보다는 힘을 기르는 운동과 묶어서 하시길 권합니다.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쥐가 났다"입니다.
혹시 저처럼 동물 쥐가 생각나셨나요? 저는 밤에 쥐가 많이 나는 것을 생각해서, 밤에 은근슬쩍 쥐처럼 새어 들어왔다고 해서 '쥐난다'고 표현하는 줄 알았는데요.
아쉽게도 사전에서 이 '쥐'는 동물 쥐와 다른 낱말로, 한의학 용어로 따로 실려 있습니다. "몸의 어느 한 부분에 경련이 일어나 부분적으로 근육이 수축되어 그 기능을 일시적으로 잃는 현상."을 뜻한다고 합니다. 몸의 특정 부분이 파르르 떨리는 모습을 설명하면서 '쥐가 논다', '쥐가 인다', '쥐가 오른다'고 하는 관용구도 있습니다.
쥐는 근육이 내 뜻과 상관없이 갑자기 강하게 수축하는 현상입니다. 종아리에 가장 흔하고, 보통 몇 초에서 길어야 10분 안에 풀립니다. 풀리고 나서도 하루 정도는 그 자리가 뻐근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알이 뱄다"입니다. 흔히 '알이 배겼다'고 하시는데 표준어는 '알배다', '알이 뱄다'입니다. 사전에는 "급격하게 운동이나 일을 해서 근육이 단단하게 뭉치다"로 나와 있어요.
알 배김은 운동하고 하루쯤 지나서 시작되는 점이 특징입니다. 낯선 운동, 특히 계단이나 내리막을 내려갈 때처럼 늘어나면서 힘을 쓰는 동작 뒤에 잘 생기고, 12~24시간 뒤에 시작해 이틀에서 사흘째에 가장 심했다가 대개 일주일 안에 가라앉습니다.
쥐가 났을 때는 그 부위를 천천히 늘려 주고 주물러 주세요. 종아리라면 발끝을 몸 쪽으로 당기거나, 일어서서 그 다리에 체중을 실어 보는 방법도 도움이 됩니다. 저는 보통 환자분들께 설명드릴 때, 누운 상태로 계시지 말고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리걸음을 하시라고 말씀 드립니다.
쥐가 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나이, 평소보다 무리한 운동(덥고 습한 날 더 잘 생깁니다), 임신 후기, 수분 부족, 일부 혈압약이나 콜레스테롤약 등이 관련될 수 있고,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설명할 때 혈액, 림프의 순환과 관계지어 설명합니다. 다만 이는 실제로 혈액량이나 혈액 구성이 부족하다기보다, 일시적으로 특정 부위의 기능에 부족한 점이 발생했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씀 드리는 겁니다.)
"쥐가 많이 나면 마그네슘을 먹어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들으시죠? 그런데 실제로 밤에 다리 쥐가 잦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모아 보면, 마그네슘을 복용한다고 해서 쥐가 뚜렷하게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마그네슘제제를 드시기 전에 다른 원인부터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쥐 나는 것은 컨디션이 좋아지면 대부분 저절로 좋아집니다. 제가 침을 놓아드리는 것만으로 그 정도나 빈도도 많이 줄어들기도 하고요, 마사지가 통증을 조금 덜어 준다는 연구도 있으니 병행하시면 좋습니다.
아까 전까지는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좋아지는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단순한 근육의 불편감으로 느껴져도 바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 가슴이 조이거나 아프면서 그 통증이 팔, 턱, 목, 등으로 뻗치거나, 숨이 차거나 식은땀이 나는 경우. 이것은 단순한 담 결림보다 심장과 관련된 문제를 먼저 의심해야 하는 신호이니 바로 119에 연락하세요.
2. 숨이 갑자기 차면서 숨을 들이쉴 때 가슴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응급입니다.
3. 한쪽 종아리가 붓고 열감이 있거나 색이 변하면서 아픈 경우. 쥐나 알 배김보다는 다리 깊은 정맥에 피가 굳은 것, 즉 혈전일 수 있어 빨리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4. 무리한 운동 뒤에 예상보다 훨씬 심한 근육통이 있으면서 소변이 콜라색처럼 진하거나, 힘이 빠져 평소 하던 운동이 몹시 버거워진 경우. 근육이 크게 손상되었을 수 있어 바로 피검사가 필요합니다.
5.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 아프기 시작했거나, 열이 함께 나거나, 팔다리 힘이 빠지고 감각이 무뎌지는 경우. 이때는 꼭 원인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6. 쥐가 10분 넘게 이어지거나, 잠을 깰 만큼 자주 나거나, 다리 저림이나 붓기가 함께 있는 경우도 진료를 받아 원인을 살펴보시는 게 좋습니다.
저희 경희사슴한의원에서는 근육 통증을 말씀하실 때 이런 점들을 함께 봅니다.
언제, 어떤 동작을 하다가 시작됐는지 (갑자기인지, 서서히 쌓였는지)
숨을 쉬거나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 더 불편한지
아픈 곳이 한 군데 머무는지, 왔다갔다 하는지
붓기, 멍, 열감이 있는지
저림이나 힘 빠짐이 함께 있는지
최근 운동량이나 일의 양이 갑자기 늘었는지
이렇게 확인한 뒤에는 상태에 맞춰 침이나 약침, 부항, 구조적인 불균형이 동반된 경우 추나 등을 고려합니다. 목 통증에 대해서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도 침과 추나, 약침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적 치료는 통증을 줄여 회복 과정을 돕고, 회복되는 동안 몸에 무리가 덜 가도록 움직임과 생활을 함께 조절해 나갑니다.
같은 '근육이 아프다'는 말에도 이렇게 여러 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어떤 표현이 내 통증에 가장 가까운지 떠올려 보시고 진료실에서 그대로 말씀해 주세요. 그 한마디가 진료의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저희 경희사슴한의원은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밤 9시까지 야간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오후 8시까지만 오시면 진료 가능하시니 참고하시고, 나머지 진료시간 및 휴일 안내는 네이버 지도를 참고해주세요.
더 좋은 진료를 위해 항상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