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사슴한의원입니다.
어느새 10월도 끝자락입니다. 출근길 가로수 색도 하루하루 달라지는 게 눈에 보이네요. 특히 오늘은 바람도 강하게 불고 추워서 꼭 겨울 같았습니다.
최근 들어 진료실에서 은근히 자주 듣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얼마 전 저희 한의원 근처에 정형외과가 크게 들어왔더군요. 아마 그 이후로 더 많이 물어 오시더라고요. 그때 얘기 듣기로 필요한 진료 위주로 잘 해주신다고 하던데 든든합니다.)
"원장님, 정형외과 다니고 있는데 한의원도 같이 다녀도 돼요?"
제게 물어보시는 표정을 보면 꽤 조심스러워 하세요. 다른 병원에도 다닌다고 말씀하시면 제가 서운해 할까봐 걱정하시는 거겠죠.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같이 받으셔도 괜찮습니다. 아니,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같이 받으시는 것이 치료에는 더 도움이 됩니다. 두 곳이 잘 맞물리면 서로 놓치기 쉬운 부분을 채워 줄 수 있거든요.
다만 어떤 순서로, 어떤 역할을 기대하시는지에 따라 말이 좀 달라질 수는 있겠네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크고 급한 문제는 영상검사가 먼저
뼈가 부러졌는지, 힘줄이나 인대가 끊어졌는지, 신경이 심하게 눌렸는지처럼 크고 급한 문제는 X-ray나 MRI 같은 영상검사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런 검사는 정형외과에서 받으실 수 있죠.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제가 앞서서도 몇 번 말씀드렸죠?
넘어지거나 크게 부딪힌 뒤 체중을 싣기 어렵거나 모양이 변했을 때
허리나 다리의 통증과 함께 대소변 조절이 잘 안 되거나, 엉덩이 사이 감각이 둔해졌을 때
한 관절이 갑자기 붓고 뜨거워지면서 움직이기 어려울 때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범위가 점점 넓어질 때
이럴 때는 응급실이나 병원 검사가 우선입니다.
서둘러야 할 증상은 지난 글에 단계별로 정리해 두었으니 함께 읽어 보세요.
그러면 한의원은 언제 가면 될까요?
처음 아플 때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으셔도 괜찮습니다. 한의원에서도 아픈 곳을 눌러 보고, 움직여 보고, 필요하면 감각과 힘을 확인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위에 적어놓은 신호가 보이면 병원 검사를 먼저 권해 드립니다.
말하자면 한의원이 첫 번째 거름망 역할을 하는 셈이죠. 먼저 큰 문제를 걸러 낸 뒤, 아직 남아 있는 불편함을 차분히 살펴보는 곳이기도 하고요.
검사 뒤에도 남는 통증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봤더니, 결과는 괜찮다는데도 계속 불편해 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한의원에서는 그런 분들을 더욱 자주 뵙는 것 같아요. "병원에서는 이상 없다던데요"라고요.
제가 저희 한의원에서 자주 만나는 모습은 이렇습니다.
검사에서는 괜찮다는데 계속 아픈 통증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아도 계속 뻐근하고 저림
교통사고 뒤, 뼈는 괜찮다는데 계속 결리는 통증
오늘은 어깨, 내일은 등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통증
보통 병원에서 "검사상 이상이 없다"는 말은 아픈 게 가짜라는 뜻이라기보다, 중요한 검사에서 크고 급한 문제는 걸러졌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검사에서 내 몸의 구조적인 문제가 심하지 않다고 판정되었다면, 그때는 기능적인 문제가 있다는 뜻이니 이럴 경우 한의원 진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재미있는 얘기를 해 드리죠. 제가 논문을 보다 보니까 허리가 멀쩡하다고 말한 사람 3,110명의 영상을 모아 본 연구가 있었습니다. 그 논문에서 대상자들은 크게 아프지 않다고 말했는데, 그들 중 디스크가 닳은 소견이 20세에서 37%, 80세에서 96%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어림잡아 말씀드리면 20세에서는 5명에 두 명, 80세에서는 거의 모두가 디스크가 있어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는 거예요.
영상 속 변화와 실제로 아픈 정도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영상만 단독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지금의 증상, 진찰 소견과 맞춰서 읽어야 합니다.
이런 통증에는 한의원 진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의원에서는 아픈 부위를 따라 이어지는 근육과 힘줄 계통, 즉 경근(經筋)을 살피고, 눌렀을 때 유난히 민감한 자리를 찾습니다. 여기에 몸이 찬지 더운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피로가 쌓였는지 등 신체의 전반적인 컨디션과 지금의 증상을 함께 묶어서 봅니다. 영상 한 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통증을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는 셈입니다.
한의원과 정형외과를 같이 다니실 때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기억해주세요.
1. 검사 결과를 가져와 주세요
정형외과에서 찍은 X-ray나 MRI 결과지를 가져오시고 기억이 나는 들으신 설명을 들려주시면, 같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되풀이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하나하나 어려운 단어를 기억하지 마시고 "디스크 튀어나왔다던데", "신경이 좁아졌다던데", "뼈가 눌렸다던데", "염증이 많이 심하지는 않다던데" 등 간단한 말도 좋습니다.
2. 드시는 약을 모두 알려 주세요
진통제나 근육이완제, 혈압약이나 당뇨약 같은 양약은 물론 평상시 드시는 한약, 영양제, 건강기능식품까지 양쪽에 모두 말씀해 주세요. 한쪽에서 받은 약을 다른 쪽도 알고 있어야 서로 겹치거나 부딪히는 부분을 살필 수 있습니다. 중요한 약을 드시고 계시는데 기억이 나지 않으신다면 기억 안 난다 말씀해주세요. 의료기관에서는 환자분의 동의하에 DUR 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현재 드시고 계신 약을 확인 가능합니다.
3. 주사를 맞으셨다면 날짜와 부위를 말씀해 주세요
간혹 저희 경희사슴한의원에 정형외과에서 주사를 맞고 바로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그 주사 맞은 부위를 피해서 약간 옆쪽으로 놓아드릴게요."
약이 영향을 주고 흡수되는 것까지 감안하여, 몸에 부담이 가지 않을 만한 곳에 치료를 진행합니다. 몇몇 수단을 제외하면 한의원에서의 치료는 물리적인 치료가 대부분이라서 환자분의 체력만 괜찮으시다면 함께 치료를 받으셔도 무방합니다.
다만 이건 의학적인 판단이며 제도상으로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같은 날 두 곳을 다 가도 될까요?
이 부분은 보험에 따라 조금 다릅니다.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으실 때는, 같은 날 같은 병으로 진료가 겹칠 때 따르는 규정이 대표자가 같은 의료기관에 적용됩니다. 한 대표자가 같은 곳에서 함께 운영하는 의원과 한의원 같은 경우죠. 각자 별개로 운영되는 정형외과와 한의원이라면 편하게 진료를 받으시면 됩니다.
교통사고로 자동차보험 치료를 받고 계시다면 조금 더 챙겨 보셔야 합니다. 같은 날 통증을 줄이려는 같은 목적으로 의과와 한의과 외래 진료를 함께 받으면, 주된 치료 하나만 인정되고 나머지는 중복 진료로 봅니다. 그럴 경우 받은 진료에 대해서 자동차보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일반 진료를 받은 것으로 되어 추후 100퍼센트 본인 부담을 하실 수 있습니다. (진단을 위한 영상검사와 그 진찰료는 예외입니다.)
2023년 9월 진료분부터 이 기준이 더 엄격해졌다고 하니, 교통사고 치료 중이시라면 다니시는 두 곳과 일정을 미리 상의해 보세요. 자세한 기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1644-2000)에서 안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들을 정리하겠습니다.
크고 급한 문제는 영상검사로 먼저 확인하고, 검사 뒤에도 남는 통증은 한의원 진료로 함께 살펴보시면 됩니다.
저는 정형외과와 한의원이 서로 경쟁하는 곳이라기보다, 같은 몸을 다른 쪽에서 들여다보는 이웃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썼던 표현으로는 환자분을 사이에 둔 "한 팀"이라고요.
환자분께서 한의원과 정형외과 두 곳에서 들은 이야기를 서로 전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진료가 한결 정확해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경희사슴한의원: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태평로52번길 21 마드리드상가 409호, 410호
저희 경희사슴한의원은 월요일과 금요일 주 2회, 밤 9시까지 야간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오후 8시까지 접수를 마치시면 진료 가능하시니 참고하시고, 나머지 진료시간 및 휴일 안내는 네이버 지도를 참고해주세요.
더 좋은 진료를 위해 항상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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