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사슴한의원입니다.
10월도 마지막 주로 접어들었습니다. 어제 비가 오면서 추워지길래 '이제 곧 겨울이겠구나' 생각했더니, 오늘은 거꾸로 생각보다 많이 춥지는 않네요. 다행입니다.
이번 주에는 진료 중에 뉴스 이야기를 먼저 꺼내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원장님, 뉴스 보니까 약침이 성분도 모른다던데 맞아도 되나요?"
"약침은 공장에서 막 만든다던데, 여기 약은 어디서 오는 거예요?"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는 표정을 보면서 저도 마음이 무거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직접 물어봐 주셔서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뉴스에서 하는 말보다는 제가 하는 말을 더 듣겠다는 뜻이었을 테니까요.
오늘은 국정감사에서 어떤 지적이 나왔는지, 그리고 주사형 한약, 일명 '약침'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차근차근 답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야기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2026년 10월 27일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한지아 의원은 약침이 일반 주사제와 달리 식약처 품목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쓰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질의에서 의원은 주사형 한약의 실물을 보여 주며 성분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의원은 그 성분과 함께 유통기한도 명확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의원임에도 진료를 보기보다 원외탕전실 사업을 위해서 운영되는 이른바 '깡통 한의원'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질의에서는 원외탕전실을 공동이용하는 한의원이 4,667곳이라는 수치도 나왔습니다.
이어서 원외탕전실 인증 의무화와 함께, 공동이용하는 한의원 수와 조제량에 상한을 두자고 요구했습니다.
의원은 일부 원외탕전실이 한약을 대량으로 미리 조제해 유통한다며, 사실상 '공장형'으로 운영된다는 취지로 평가했습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위법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각각의 용어들에 대해 명확히 짚고 가겠습니다.
약침술 : 한의학적 이론에 따라 경혈·경근 또는 특정 치료 부위에 약침액을 주입하는 시술을 말합니다. 한방 의료 행위의 일종으로 다뤄지지만 모든 종류의 주입 행위가 자동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약침액 : 약침술에 사용하는 액체형 물질입니다. 한약재 추출물 등이 대표적입니다.
약침제제 : 약침에 사용하도록 조제·제조한 제제를 통칭하는 실무적 표현입니다.
조제 : '특정인'의 '특정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등의 목적으로 특정한 용법으로 사용하도록 약제를 만드는 행위입니다. 약사법 제2조 제11호에 의거합니다.
제조 : 명확하게 정의되지는 않았으나, 약사법 제31조에 따라 '특정 환자와 무관하게' 표준화된 제품을 반복 생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비조제 : 개별 환자에게 사용하기 전에 일정한 조제 지시에 따라 약침액 등을 미리 준비하는 실무·행정상 개념입니다.
원내조제 : 한의사가 자신이 속한 의료기관 내에서 자신의 진료에 필요한 한약 등을 조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외탕전실 : 한의사가 속한 의료기관의 외부에 설치되어 한약의 탕전·조제 등에 이용되는 시설입니다. 그 중 여러 의료기관이 관련 요건에 따라 함께 이용하는 원외탕전시설을 "공동이용 원외탕전실"이라고 합니다.
원외탕전실 인증 : 시설·인력·운영 및 품질관리 체계 등을 평가하는 제도로, 개별 제품의 식약처 품목허가와는 다릅니다.
이렇게 관련된 용어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한지아 의원이 지목한 '깡통 한의원' 및 '원외탕전실'과 관련해서는 이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논의해보도록 하고요, 이번 글에서는 약침에 더 집중하겠습니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느낀 건데, 한의사와 한의학은 분명히 제도권 안에 들어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의사의 업무는 의료법과 약사법의 적용을 받으나, 실제 시행하는 시술이나 사용하는 제제에 대한 법률상 정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용어들 중에 대한민국 법률에서 직접 정의한 용어는 거의 없습니다. 이 용어들은 대부분 행정지침·인증기준 또는 임상·행정에서 편의상 사용하는 용어일 뿐입니다.
실제 정의조항이 있는 용어
'의약품'과 '조제'가 약사법 제2조에서 정의되어 있습니다.
법령에 명시되어 있지만 별도 정의조항은 없는 용어
'탕전실'이 대표적입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에서는 탕전실의 공동이용, 의료기관과 분리된 설치, 시설규격 등을 규정합니다.
행정기준에서 의미가 구체화되는 용어
'약침술' · '약침액' · '원외탕전실 인증'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특히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원외탕전실 인증 관련 자료에서는 약침요법을 한의학의 경락학설에 근거하여 한약 추출물을 압통점·경락·경혈 등에 주입하는 요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비조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서는 일정한 예비조제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불특정 다수의 수요에 대응하는 사전 생산·판매와 구별하고 있습니다.
법에서 용어의 정의를 명시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번 글에서는 위에서 제가 적은 뜻을 기반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비록 한의사이나, 맞는 지적은 맞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지적 가운데에는 이를 쓰는 한의사가 먼저 받아들이고 점검할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환자가 성분과 유효기한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주사형 한약의 효과를 부풀려 말하는 일은 바로잡아야 한다.
진료보다 조제 사업이 앞서는 곳이 있다면 살펴봐야 한다.
이 세 가지는 저도 동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아프지만 고마운 지적이었습니다. 한지아 의원의 말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은 현대 대한민국입니다. 평소에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초콜릿 바 하나에도 무엇이 들어갔는지 다 따지고 먹는 곳이죠.
한의사가 제대로 된 의료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이 약제가 어디에서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 한의사가 환자분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살펴야 할 점은, 현재 사용하는 모든 제품의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보기보다 어떤 시설에서 어떤 기준으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기준 가운데 하나가 원외탕전실 인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이 인증은 탕전실이 스스로 신청해서 받는 제도이고, 지금은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복지부 집계로 전국 127개 공동이용탕전실 가운데 인증을 받은 곳은 25곳이고, 이 중 약침조제 인증은 8곳입니다. (127곳은 2024년 집계이고 25곳은 2026년 3월 발표 기준이라 약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증받은 원외탕전실에서는 약침액을 실제로 어떻게 만들까요? 여러 인증 시설이 공개한 설명에 따르면 과정은 대략 이렇습니다.
약침액을 멸균한 바이알에 채우고 고무마개로 막는 작업은 가장 높은 청정 등급(Grade A) 구역에서 이뤄집니다.
Grade A는 의약품 제조시설에서 요구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공기 청정등급입니다.
공기 중에 미세입자가 거의 없어야 하고, 미생물 또한 거의 검출되지 않아야 합니다.
인증 시설들은 조제 용수를 주사용수 기준에 맞춰 관리한다고 공개하고 있습니다.
주사용수는 일반 정제수보다 미생물과 불순물 관리 기준이 훨씬 엄격합니다.
특히 세균이 만들어 내는 발열성 물질인 엔도톡신을 0.25EU/mL 이하로 관리해야 합니다.
완성된 약침액은 무균 시험(14일 배양)과 엔도톡신 시험으로 검사합니다.
바이알에 이물이 섞였는지 살피는 이물검사 과정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내용이 각 시설에서 스스로 밝힌 설명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그래도 어떤 공정을 거치는지 공개해 두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겠죠?
그래서 저는 약침액을 사용할 때 이런 것들을 봅니다.
보건소에 신고된 공동이용 탕전실인지
신고가 안 된 탕전실을 이용하면 불법이니, 이건 당연한 겁니다.
한국한의약진흥원 인증 명단에 들어 있는지
엄밀히 말하면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수행하는 보건복지부 인증입니다.
시설 관리, 품질 관리, 공정 관리, 사후 관리 등 항목을 모두 평가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제조일·제조번호·유효기한이 라벨에 적혀 있는지
라벨의 날짜는 물품을 받을 때 확인하고, 유효기한 안의 것만 쓰는 것이 기본 중 기본입니다.
받은 뒤 냉장 보관을 지키고 있는지
제일 좋은 것은 백신과 같은 중요한 의약품처럼 콜드체인을 지키면 좋겠지만, 한의원에서는 받은 뒤의 냉장 보관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즉 이건 제가 관리할 영역입니다.
궁금한 점은 탕전실에 묻고 서류로 확인하기
신뢰가 전제가 되어야겠지만, 해결되지 않은 것들은 직접 물어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유효성/안전성 측면에서 적합한 것들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저희 경희사슴한의원은 약침조제 인증 명단에 오른 8곳 가운데 3곳의 약제도 함께 씁니다.
환자분께서도 궁금하시면 진료 중에 편하게 물어보셔도 됩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면 충분합니다.
이건 어느 탕전실에서 만들었나요?
그 탕전실은 약침조제 인증을 받은 곳인가요?
제조일과 유효기한은 언제인가요?
한의원에서는 어떻게 보관하고 계신가요?
저는 이런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어야 제대로 진료하는 한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당연히 지금도 많은 원장님들이 이미 지키고 계신 원칙들이고요. 제가 저희 경희사슴한의원에 붙여 놓았던 대로,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는 것"이 모든 치료의 시작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저희 경희사슴한의원은 주 2회,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밤 9시까지 야간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오후 8시에 접수 마감입니다.)
기타 진료시간 및 휴일 안내는 네이버 지도를 참고해주세요.
더 좋은 진료를 위해 항상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