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사슴한의원입니다.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오늘은 바로 국정감사 두 번째 이야기로 들어가겠습니다.
올해 3월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의 이름이 '공동이용탕전실 평가인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여러 의료기관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고 명칭을 바꿨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외'는 단순히 한의원 밖에 있다는 뜻이고, '공동이용'은 여러 곳이 함께 쓴다는 것을 더 강조하는 단어니까요.
'공동이용'에 대한 근거는 법령에도 나와 있습니다.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3에서는 탕전실을 여러 의료기관이 함께 쓰거나 의료기관과 떨어진 곳에 설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별표 4에는 따로 설치한 곳에 한의사나 한약사를 두고, 처방전과 작업일지·배송 기록 등을 남기도록 한 규정도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시설의 운영 실태가 문제가 됐습니다.
10월 20일과 27일 질의에서는 진료보다 탕전실 사업을 위해 운영된다는 이른바 '깡통 한의원' 의혹이 나왔습니다. 한 탕전실을 이용하는 한의원이 4,667곳이라는 수치도 제시됐고요. 일부 시설이 '공장형'으로 운영된다는 비판과 함께, 인증을 의무화하고 이용 기관 수와 조제량에 상한을 두자는 요구가 나왔습니다.
장관은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위법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국감에서 나온 지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진료를 보기 전에 먼저 판매를 했다는 점입니다. 한약은 한의사가 환자분을 진료하고 처방한 다음에 짓는 것이 원칙입니다. 경옥고나 공진단처럼 오래 써 온 처방도 원칙적으로는 대면 진료를 통해 적합성과 이상 반응이 생길 가능성까지 고려한 뒤 써야 합니다.
둘째는 진료보다 탕전실 운영에 무게가 실린 한의원입니다. 우리나라 법령상 탕전실은 의료기관에 딸린 시설이라, 여러 한의원의 처방을 받아 조제하는 탕전실을 운영하려면 먼저 한의원을 열어야 합니다. 탕전실이 커질수록 그 한의원은 진료의 비중보다 조제의 비중이 더 커지기 쉽고요. 의원실 질의에 관할 보건소가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는 대목도, 지금 기준이 형식 요건 위주로만 확인한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셋째는 미리 짓는 양입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예비조제를 설명하면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공동이용탕전실을 이용하는 한의사로서 그 지적에 동의하는 바가 많습니다. 하지만 법률·규정과 현실 사이에 큰 간극이 있는 것 또한 맞습니다. 특정 업체를 탓하고 끝내기보다 탕전실이 실제로 하는 일에 맞춰 제도를 다시 짜는 쪽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 공동이용탕전실의 인증 기준에는 약을 누가 짓는지, 작업장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어떤 기록을 남기는지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올해 개정된 3주기 약침조제 기준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상주 한약사는 계약한 의료기관의 처방전을 받아 조제합니다. 보조 인력은 한의사나 한약사의 감독 아래에서 일하고요. 책임자가 자리를 비우면 조제를 멈추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도 새 기준에 들어갔습니다.
직원은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은 뒤 작업장에 들어갑니다. 원료 한약은 검수해서 보관하고, 약침은 청정구역에서 작업합니다.
무균 상태로 약액을 병에 채우는 고위험 작업에는 A등급 기준을 적용합니다. 채운 뒤 멸균하는 방식은 별도 기준을 따릅니다. 용수 설비는 해마다 성능을 확인하되, 물을 구매해 쓰는 경우에는 이 항목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무균 시험은 원칙적으로 해당 조제 단위를 대표하는 검체로 하고, 이물 검사는 용기마다 합니다.
포장할 때도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라벨에는 제품명과 조제 번호, 처방한 의료기관, 조제일, 조제자, 탕전실 이름과 주소를 적습니다. 배송 전에는 처방전과 맞는지 대조합니다. 처방전과 원료 입출고·배송 기록은 2년, 작업 일지는 5년 동안 보관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처럼 시설과 인력, 조제하고 포장하는 과정을 9개 영역으로 나눠 평가합니다. 약침은 필수 133개와 정규 25개를 합해 158개 항목이고, 권장 52개는 별도입니다. 일반한약은 80개, 소규모는 54개 항목을 적용합니다.
이 약침 항목을 모두 충족해 인증을 받으면 유효기간은 4년입니다. 이후에도 매년 자체점검을 하고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중간평가를 받습니다. 중간평가는 요건을 충족하면 격년으로 받을 수 있고요. 면허 없는 사람이 조제한 사실이 확인되면 인증이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2주기로 인증받은 시설에는 해당 주기 기준이 적용됩니다.
기준을 하나하나 적어보니 꽤 까다롭죠? 청정구역과 용수 설비, 무균 시험까지 갖추려면 시설과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한의원 한 곳이 약침까지 직접 이 수준으로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많은 한의원이 공동이용탕전실을 이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저희 경희사슴한의원도 같은 이유로 공동이용탕전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의원은 진료하는 원장을 믿고 찾아오시는 곳이라, 원내탕전실에서 직접 약을 짓는 방식에도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저희 한의원 규모에서는 약침의 무균 공정을 직접 갖추기보다, 기준을 갖춘 시설을 이용하는 편이 환자분께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인증을 받은 곳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약침은 인증 명단에 오른 곳에서 주로 받고 있고, 받은 뒤에는 라벨에 의료기관과 조제일이 제대로 적혀 있는지도 살펴봅니다. 새로 나온 처방은 근거가 충분히 쌓인 뒤에 쓰고 있습니다.
미리 지어 두는 '예비조제'도 이번 국감에서 문제가 됐습니다. 의원실은 처방과 관계없이 대량으로 미리 만들어 여러 한의원에 공급하는 방식이, 허용된 범위를 넘어 사실상 제조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1992년 대법원은 병원 약제부에서 항생제를 미리 준비한 행위를 예비조제로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 미리 정한 처방에 맞춰 준비해 두었다가 실제 처방전이 나온 뒤 환자에게 내준 경우였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이 판결과 복지부 해석을 근거로 예비조제를 한의사의 업무로 보고 있습니다.
기준서에도 관련 절차가 있습니다. 계약한 의료기관에 품목과 과정을 알리고 사전 처방에 따라 약을 짓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 처방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사전 처방도 보관해야 합니다. 미리 조제하는 목적으로는 무게를 달 때 생기는 오차를 줄이고,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하며, 환자분께 빨리 전해 드리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미리 조제한 양이 한의사들이 미리 낸 처방 범위 안에 있는지, 그리고 실제 진료와 처방을 거친 뒤에 출고되는지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를 지키는 범위라면 예비조제의 취지에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인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보건복지부 인증을 통과했다는 것은 평가 당시 시설과 운영이 정해진 기준을 갖췄다는 뜻입니다. 개별 제품의 성분과 효능을 심사해 허가하는 절차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스스로 신청해서 받는 제도라, 이후의 기록과 실제 관리 상태도 함께 살펴야겠지요.
현황도 함께 보면, 2024년 정부 집계에서 공동이용탕전실은 127곳이었고 2026년 10월 19일 명단에 오른 약침조제 인증 시설은 8곳입니다. 두 숫자는 조사 시점과 대상이 달라 각각의 현황으로 보셔야 하지만, 인증을 받은 곳이 아직 일부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복지부는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공동이용탕전실 제도개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국감에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앞에서 제도를 다시 짜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도 이 부분입니다.
저는 인증은 의무로 하되, 함께 쓰는 한의원 수를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시설마다 처리할 수 있는 양과 인력, 검사 결과에 맞춰 기준을 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조제한 양은 앞의 두 가지 기준에 맞게 기록으로 남기고, 평가 결과와 점검 이력까지 공개하면 환자분도 직접 확인하실 수 있겠지요.
그런데 작업장을 잘 관리하는 것과 진료에서 적절한 약을 선택하는 것은 따로 확인할 문제입니다. 먹는 한약인 첩약에서도 이 점이 중요합니다.
이번 국감에서는 자동차보험으로 청구한 처방 내역이 여러 환자에게 비슷하게 반복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심평원장은 일괄 처방 개연성이 있는 기관 등을 선정해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심평원의 자동차보험 기준은 교통사고 환자의 증상과 질병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처방·조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진료기록부에 내용을 적고 내역서도 제출해야 하고요.
여러 환자에게 비슷한 약을 썼다면, 실제로 각 환자의 상태가 어느 정도 유사했는지, 그리고 왜 비슷한 처방을 골랐는지 기록을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내역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이릅니다. 교통사고 뒤 목과 허리 등의 통증으로 오시는 분들은 증상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처방의 큰 틀이 닮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슷하다는 사실보다 환자마다 상태를 확인한 기록이 있는지, 그 기록에 맞춰 구성을 환자분께 맞게 더하고 뺐는지를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청구 문제와는 별개로, 건강보험에서 첩약을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국감에서 다뤄졌습니다.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은 서로 다른 제도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첩약 건강보험 2단계 시범사업은 2024년 4월 29일에 시작했고, 현재 지침상 기간은 2026년 12월 31일까지입니다. 대상은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의 여섯 질환입니다. 참여기관에서 연간 두 가지 질환에 각각 20일분까지 지원받는 방식이고, 한의원 기준 본인부담률은 30%입니다. 1단계보다 대상 질환과 지원 일수가 늘고 본인부담률은 낮아졌습니다.
국감에서 이 사업이 나온 것은 건강보험 시범사업 전체의 관리를 묻는 질의에서였습니다. 한 의원실이 심평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범사업 49개에 9조 원이 넘게 들어갔고, 그중 78%는 성과평가를 한 번도 거치지 않은 사업에 쓰였습니다.
첩약 시범사업은 평가를 받은 쪽에 속하지만, 그 평가는 2023년 12월 자체평가 한 차례였습니다. 2026년 8월까지 누적 소요 재정 3,203억 원 가운데 98.6%가 2단계를 시작한 2024년 이후에 쓰였는데, 확대 뒤의 추가 평가 내역은 제출 자료에 없었다는 지적입니다. 평가 결과도 사업을 개선하고 연장하면서 건강보험 편입 여부를 계속 검토한다는 요약이 전부였고, 치료 성과나 의료비 변화 같은 수치는 담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의원실은 중간평가 의무화와 외부 독립평가 확대, 연장 횟수 제한을 제안했고, 심평원장은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사업을 접자는 이야기라기보다 쓴 만큼 제대로 평가하자는 지적에 가깝습니다.
같은 사업을 두고 두 협회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대한의사협회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고, 필수의료가 어려운 때에 비교적 가벼운 질환까지 건강보험 재정을 쓰는 것이 맞는지도 물었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그동안 비용 부담 때문에 미뤘던 수요가 건강보험 적용으로 드러난 것이며, 국민의 선호를 보여 주는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는 환자분께 어떤 도움이 있었는지, 복용 중 문제는 없었는지, 전체 의료비는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수치로 확인하는 평가가 필요합니다. 2단계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의사 입장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는 반가운 일입니다. 저는 환자분의 비용 부담을 덜어 드리려는 취지는 이어 가되 보험료를 적절하게 쓰고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해서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번 국감에서 나온 문제는 세 가지로 나눠 보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시설이 기준을 갖췄는지
환자마다 상태를 보고 처방했는지
보험사업이 쓴 만큼 성과를 냈는지
각 지적이 이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 나눠 보면 훨씬 분명해집니다.
환자분께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어디서 조제했는지 궁금하시면 진료 중에 편하게 물어보셔도 됩니다. 인증 명단은 한국한의약진흥원 누리집에 공개돼 있고, 받으신 라벨에서 조제한 곳과 날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첩약 건강보험은 대상 질환과 참여기관인지, 올해 이미 지원받은 일수가 있는지에 따라 적용이 달라집니다. 비용 안내를 받으실 때 본인부담 조건까지 물어보시면 됩니다.
이번 국감은 한의계에 무거운 이야기였지만, 제도를 다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앞으로 제가 쓰는 처방을 어디서 지었고 어떻게 관리하는지, 왜 이것을 골랐는지 환자분께 설명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감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저희 경희사슴한의원은 주 2회,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밤 9시까지 야간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오후 8시에 접수 마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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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진료를 위해 항상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